선교지에서 온 편지

폭풍 속에서

JT Sung 2004. 7. 1. 00:50

바기오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 산악지역(해발 1500m)에 위치한 일명 구름위의 도시입니다. 

바기오로 오르는 길은 3곳이 있는데 가장 빠른 길이 캐논 로드이고 조금 멀지만 도로상태가 가장 좋은 길은 마르코스 하이웨이입니다. 그 외에 나길리안 로드가 있습니다. 

어제 동료 선교사와 일을 보고 바기오를 오르는데 태풍이 불어 위험하긴 했지만 우리는 가장 빠른 길인 캐논 로드로 오르기로 했습니다. 양동이로 쏟아 붇는 듯한 폭우 속을 헤치며 캐론 로드 중간쯤 오르니 노면에 많은 낙석이 떨어져 있었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있었으며 도로일부가 지반이 내려 앉는 등 위험한 상태 였지만 우리는 요리조리 곡예운전을 해가며 계속 바기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낙석위로 차가 달리다 차 타이어가 펑크가 나고 말았습니다. 차에는 작키가 없어 타이어를 교체하지 못하고 우리는 꼼짝없이 고립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지나는 차는 하나도 없고 바기오에 핸드폰으로 도움을 신청했지만 이 폭풍우 속에 아무도 우리를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춥고 배고프다는 것이 이런 건가요 ? 속옷까지 비에 젖은 우리는 덜덜 떨면서 차 안에서 여러 가지 궁리를 하다 깜박 졸고 있었는데 그때에 이 빗속에 필리핀 청년 두 명이 산 위를 걸어 내려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심정은 마치 강도 만난 자가 사마리아인을 만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우리의 사정을 들은 이 친구들은 빗속을 뚫고 마을에 내려가 한시간여 만에  작키를 빌려와 친절히 타이어를를 교체해주고 주위에 낙석까지 치워주었습니다. 


집채만한 바위가 캐논로드 윗길을 막고 있어 캐론 로드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내려와야 했지만 그분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사히 마르코쓰 하이웨이를 택해 바기오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은 그의 백성과 함께하신다는 것을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청년들에게 주머니 돈을 털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긴 했지만 다시 한번 이들을 만나 정식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 .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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